런던 둘째날
오늘 아침 남편에게 한 첫마디, "여보~~오늘 우리 어디가요?" 참 대책없는 여행자다. 스스로 준비한것도 없고 (파리빼고) 남편에게 물어본것도 없다. 지진의 긴징감과 여행 멤버들의 바뀜은 사실 떠나기도 전에 여행의 식욕을 잃게했다. 정말 내가 믿는건 빈틈없이 꼼꼼한 남편과 아이패드뿐 !
8시30분, 어제보다 기동력이 생겨난 우리들은 벌써 피카딜리 서커스역에 들어선다. 런던 지하철은 작다 그러나 깨끗하다. 모든 역들은 각각 다른 모습을 하고있다. 피카딜리 서커스역은 알록달록 ,아! 역을 나서면 어딘가에서 정규 서커스 공연을 하는곳이 있는가보다? 그래서 역이름에 서커스가 들어 가는가보다. 묻지않는 기대가 커져가는 순간이다.
지하철역 계단을 올라서니 피카딜리 서커스 광장은 그다지 크지 않고 런던중심가에서 흔치않은 네온 광고판이 눈에띄인다. 잠시 주변을 두리번 거리던 남편, 이내 광장을 지나더니 큰 길을 따라 걸어 올라간다. 부를밖에,"여보~~~다음이 어디예요~~? "어제 못본 근위병 교대식을 간단다. 어! 서커스 구경 가는거 아니었어? 피카딜리 서커스. 뭐! 못산다 못살아. 서커스는 로터리란 뜻이란다. 아이쿠! 오늘 시작이 영 아니다.
얼마를 걸어야 하는건지 모를 길거리 투어가 시작된다. 야! 예쁜 가게가 줄을섰다. 도대체 걸을수가 없다. 이 가게는 넥타이들과 와이셔츠들이 진열되어있다. 와! 런던너들 정말 멋쟁이다. 핑크, 보라 ,노랑, 파랑,초코렛,라떼, 커피색...... 요 가게는 클래식한 양복들이 진열되어있다. 참 멋스럽다. 런던너들은 엄청난 격식을 차리나보다. 허긴 그옛날에 이들은 담배 피울때 입는 조끼와 모자가 따로 있을정도였으니...
한시간 정도를 걸으며 보게된 이많은 가게들은 귀족들과 관련된 물건들이 많다, 왜일까? 그렇다. 이곳은 버킹검 궁전과 가깝다. 아마도 그옛날 부터 귀족들이 이근처에서 살았던것같다.
이런 저런 궁금증과 이런 저런 눈요기는 어느새 우릴 버킹검 궁전앞에 데려다 놓는다.
우리가 오늘 이곳에 또 오게된건 완전 그 아가씨 때문이다. 어젯밤 방에 들어서니 빈침대에 30대 중반의 긴머리 아가씨가 짐을 풀고 있었다. 아일랜드 수도 더블린에서 왔단다. 이 더블린 아가씨 왈 ! 내일 근위병 교대식이 있단다. 오늘 오후에 들려 사인 보드를 봤단다. 믿을밖에....
그러나 오늘도 똑같은 사인 보드 "오늘 근위병 교대식은 없읍니다" 헉!뭐야. 잠시 정리가 필요하다. 그렇다 어제 늦은 아침 우리도, 더블린 아가씨도 근위병 교대식이 끝나고 왔던거다 .사인보드는 교대가 끝나자 마자 저자리에 서있게 된것이고 . 결국 1시간 다리품만 팔은셈. 아이고 다리야~~~
궁 담을 돌아서며 저기쯤에 여왕님이 계실 꺼라며 제니퍼를 달랠즈음 멀리서 낯익은 얼굴이 헉헉 달려온다. 아니! 더블린 아가씨 아닌가! 낭패와 미안함을 주고받고 저녘에 집에서 만나자며 서로 갈 길로 총총총
다음 행선지는 해로즈 백화점, 가는 길목에서 만난 웰링터아치(나폴레옹 전쟁에서 승전을 기념하기위해 세운 기념문)

그리고 하이드파크 주변의 오랜 전통이 묻어나는 호텔.
이 도시는 얼마나 나를 놀라게 할건지 가늠이 되질 않는다.

그리고 오래된 빵집, 하늘 높은줄 모른다. 제니퍼! 배고프니?

"여보~ 얼마나 더 가야되는거야~~? " 지도 한장 들고있는 남편인들 알겠어! 그러나 지금 남편은 모든걸 알고 있어야 한다 . 왜냐하면 우리는 너무 다리가 아프니까!! 저멀리 해로즈 백화점이 보인다.

해로즈 백화점 앞길. 이번 달엔 스위스 특산물전이 열리고 있어 스위스기가 게양되어 있다.
(처음에는 주인이 바뀌었다드니 스위스 사람인가 했다.)

낮익은 해로즈 로고다. (일본 친구 요꼬가 오래전 커피잔 하나와 토끼인형을 사다주어서 기억하고 있을뿐)110년전에 지어진 이 백화점은 처음 에스컬레이터를 설치했을때 그걸 타고 올라오느라 겁에 질린 사람들에게는 위에서 브랜디를 주었단다. 자! 그렇다면 지금 발목이 부러질듯한 우리에게는 무엇으로 답례를 할려는지 들어가보자!

와! 이곳은 영 우리가 놀던 동네가 아니다. 대형마트 규모의 쇼핑몰에 익숙해진 작은도시 사람들. 명품!! 우리 그런거 모른다. 고작해야 상식적인 서너가지...도대체 듣도 보도 못한 물건들.
발길을 잃은 우리들, 눈에띄게 소박하다.
사람보다 더 큰 크기의 곰인형에게 잠시 위로삼아 안겨본다. 곰이 그랬다 "웰 컴 투 해로즈"

자! 일층 부터, 식품매장 이다.
와인들, 초코렛들, 소스들, 차 종류들 진열이 기가 막히다. A,B,C 를 모르는것도 아니나 내가 사는 세상의 물건들이 아니다. 무엇하나 좋아 보이지 않는게 없다. 길씨! 삼종세트 꼬마병정 쿠키를 사고있다. 누굴 줄려나?
과일들? 아니다. 견과류 파우더와 꿀로 만든 과일 모양의 디저트들.
무슨 맛일까? 여보~ 하나 사도 돼? 남편이 여행중 가장 많이 쓰게될부호 ( .... 침묵)
예쁜 유리병들을 쳐다보니 갑자기 입안에 침이 돈다. 눈으로 맛을 보고 있는지 제니퍼와 우리딸, 바디 랭귀지가 바쁘다.

호텔 로비에 진열된것 같은 고기종류와 소세지들 그리고 생선들.
장바구니를 들고 식구들의 저녁 찬거리를 사러온 나를 상상 할수 없는공간이다.
장 바구니에 담아 나온다! 멋진 천정의 조명들과 예쁜 노란 모자이크 타일과 코너별로 다르게 장식된 그들만의 세상을..
진열된 구두들 앞에 놓인 경고문" 만지지 마세요 그리고 신어 보기전에 스태프에게 먼저 말하세요".빤짝 빤짝 빛나는 저 까만 구두, 나에게는 신데렐라의 유리구두다. 몇년된 나의 운동화를 내려다 본다.이정도면...
이상한 나라 앨리스가 되어버렸던 통로(명품 옷가게들, 구두가게들)를 모두 지나고 소박한 자들의 영역으로 들어선다. 해로즈 로고가 찍혀 있는 기념품샵들. 길씨만이 바쁘게 서너가지를 바구니에 담는다. 정말 다 ~~예쁘다. 그러나~~ 나는 손때만 묻혀 본다.
한층을 더 올라오니 갑자기 부자와 가난한 자의 삶을 어찌 생각해야 하는지 혼란 스러워진다.
애완견 매장이다. 우리딸꺼 보다 더 좋은 가지가지 모양의 침대들. 장난감들.간식들.색깔별로 진열된 목걸이와 소품들,가죽소파...
집을 지키고 있는 우리 강아지 잭의 낡은 목걸이가 눈에 밟힌다.(6년 동안 하고있음)
우리 잭, 가격모를 이런 침대가 필요없다. 매일밤 사랑하는 엄마 아빠와 함께 자니까!!
잭을 마음에 품고나니 주눅들던 마음은 갑자기 사기충천 .
방향별로 다르게 꾸며놓은 에스컬레이터(이집트관)를 타고 이 별천지의 마지막 투어,공주를 만나러 간다. 지하로 내려온 우리들, 예쁘게 꾸며진 동전넣는 연못앞에 서게된다. 마음이 불편하다. 궁을 지켰어야할 다이애나 공주!! 그러나 공주는 사진속에서 우리를 바라볼뿐.
커다란 쇼핑백들이 춤을추는 거리, 달콤한 젤라또가 입안가득 녹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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